건강

헬스장 없는 동네에서 '몸짱'이 되기로 결심했다: 돈 한 푼 안 쓰는 나만의 '산스장' 생존기

자유롭고싶은영혼 2025. 7. 30.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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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 없는 동네에서 '몸짱'이 되기로 결심했다: 돈 한 푼 안 쓰는 나만의 '산스장' 생존기

코로나19가 세상을 덮쳤을 때, 문을 닫은 건 비단 식당이나 카페만이 아니었다. 내게는 생명줄과도 같았던 헬스장의 '쇠질' 소리도 멈춰 섰다. 동네에 그럴싸한 헬스장 하나 없는 우리 동네에서, 그나마 다니던 원정 헬스장마저 문을 닫자 눈앞이 캄캄해졌다. '아, 이렇게 나의 짧았던 몸짱의 꿈은 끝나는가.'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군대에서 '맨몸 운동의 신'이라 불리던 (물론 나 혼자만의 생각이다) 시절을 떠올렸다. 그리고 결심했다. '그래, 헬스장이 없으면 내가 헬스장이 되면 되지!' 그렇게 돈 한 푼 안 쓰는 나만의 건강 프로젝트, '산스장 생존기'가 시작되었다.

헬스장 대신 '산스장'을 선택한 진짜 이유

물론 처음에는 집에 간단한 기구를 들여놓고 홈트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답답함이 밀려왔다. 헬스장 특유의 '득근'에 최적화된 자극이 그리웠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집 뒤편의 나지막한 산, 그리고 그곳에 있는 '산스장'이었다.

1. '눈치'와 '비용'으로부터의 완벽한 자유

헬스장에 가면 괜히 주눅 들 때가 있다. 엄청난 무게를 아무렇지 않게 들어 올리는 '헬창'들 사이에서, 나는 한 마리 가녀린 초식동물 같았다. 하지만 산스장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 새소리가 BGM이 되고, 시원한 산바람이 천연 에어컨이 되어준다. 지갑 사정이 넉넉지 않아도, 새벽이든 한밤중이든 내가 원할 때면 언제든 나만의 '프라이빗 짐'이 열린다. 이건 단순히 돈을 아끼는 차원을 넘어,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기준으로부터 벗어나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심리적 해방감'**을 선사했다.

2. '자극'에 집중하며 찾는 내면의 소리

산스장 기구는 투박하다. 최신 헬스 기구처럼 정확한 궤적을 잡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더더욱 **'자세'와 '자극'**에 집중해야만 했다. '어떻게 해야 이 근육에 정확한 자극을 줄 수 있을까?' 수없이 고민하며 자세를 고쳐 잡았다. 마치 명상과도 같았다. 외부의 소음 대신 내 근육의 미세한 떨림과 호흡에 집중하는 시간. 그 과정에서 나는 몸의 소리를 듣는 법을 배웠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나'와의 소통이 아닐까.

3. 준비 운동: 부상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예의

본격적인 운동에 앞서, 저는 '이것'만큼은 절대 빼놓지 않습니다. 바로 스트레칭입니다. 헬스장의 멋진 기구보다, 어쩌면 부상을 막아주는 이 간단한 몸풀기가 가장 중요한 '장비'일지도 모릅니다.

  • 동적 스트레칭 (운동 전): 가볍게 팔다리를 돌리거나, 제자리걸음, 가벼운 점프 등으로 체온을 살짝 올려 근육을 깨워줍니다. "나 이제 운동 시작한다!"라고 몸에게 신호를 보내는 거죠.
  • 정적 스트레칭 (운동 후): 운동으로 긴장된 근육을 지그시 늘려줍니다. 특히 허벅지, 종아리, 어깨 등 그날 주로 사용한 부위를 중심으로 15~30초간 유지하며 천천히 이완시켜 줍니다. "오늘도 고생했다"며 몸을 다독여주는 시간입니다.

산과 집을 넘나드는 나만의 루틴: 원정과 수련

저의 하루 운동은 두 개의 공간에서 완성됩니다. 하나는 자연 속 '원정지'인 산스장, 다른 하나는 나만의 '성역'인 집입니다.

1. 자연과 함께 호흡하다, 산스장 원정

 

 

 

제 심장 소리가 들리시나요? 귓가를 스치는 바람 소리와, 흙길을 박차는 제 발소리, 그리고 터져 나오는 거친 숨소리.

모든 것의 시작은 '산'입니다. 헬스장의 정제된 공기가 아닌, 폐부 깊숙이 들어오는 흙냄새와 풀냄새를 맡으며 달릴 때, 비로소 저는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나무들처럼, 머릿속 복잡한 상념들은 거친 숨소리 뒤로 사라지고 오직 '나'의 움직임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이것은 정적인 명상과는 다른, 가장 역동적인 형태의 '몰입'입니다.

 

굳게 닫힌 철제문이 콘크리트 바닥에 드리운 짙은 그림자.
모든 것의 시작은 이 문을 나서는 작은 용기에서부터입니다.

 

산스장 속으로 거침없는 질주의 준비

 

때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과 마주하기도 합니다.

 

 

한 계단, 한 계단. 허벅지는 터질 것 같고 숨은 턱 끝까지 차오릅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고통의 끝에 기다리고 있을 성취감이 저를 더 강하게 밀어붙입니다.

그렇게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마침내 정상에 섰을 때. 거친 숨을 고르며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이 마치 저의 작은 승리를 축하해주는 스포트라이트 같습니다.

 

빽빽한 소나무 숲 위로 찬란한 햇살이 비치는 하늘을 향해 V자를 그리고 있는 손.
빽빽한 소나무 숲 위로 찬란한 햇살이 비치는 하늘을 향해 V자를 그리고 있는 손.

2. 그리고 '나만의 성역', 집이라는 베이스캠프

산에서 채우지 못한 2%를 채우고, 더 정밀하게 근육을 조각하는 곳. 바로 저의 작은 홈짐입니다. 거창한 머신은 없지만, 저의 역사가 담긴 보물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거실 매트 위에 놓인 EZ컬바, 조립식 덤벨, 아령, 악력기, 탁구채 등 다양한 운동기구.
묵직한 쇳덩이부터 뜬금없는 탁구채까지, 저의 홈짐은 일종의 '보물창고'입니다.
거실 매트 위에 놓인 EZ컬바, 조립식 덤벨, 아령, 악력기, 탁구채 등 다양한 운동기구.
거실 매트 위에 놓인 EZ컬바, 조립식 덤벨, 아령, 악력기, 탁구채 등 다양한 운동기구.
거실 매트 위에 놓인 EZ컬바, 조립식 덤벨, 아령, 악력기, 탁구채 등 다양한 운동기구.
거실 매트 위에 놓인 EZ컬바, 조립식 덤벨, 아령, 악력기, 탁구채 등 다양한 운동기구.

묵직한 덤벨과 바벨은 근육의 성장을, 문틀에 매달린 철봉은 중력을 거스르는 도전을 상징합니다. 특히 거실 한쪽에 매달린 샌드백은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날, 저의 가장 좋은 '대화 상대'가 되어줍니다. 산에서의 탁 트인 호흡과 집에서의 묵직한 쇠질이 만나 비로소 저의 하루 운동이 완성됩니다.

사소하지만 위대한 나의 조력자들

1. 책 한 권의 힘: 전우애가 깃든 '간고등어 코치'를 다시 펼치다

 

간고등어 코치 王자를 부탁해 + S라인 부탁해 - 전2권 : 알라딘

 

www.aladin.co.kr

 

이 길에도 든든한 조력자들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십수 년 된 낡은 책 한 권, '간고등어 코치'의 책입니다. 제게 이 책은 단순한 운동법 책이 아닌, 20대 초반의 '열정'과 '생존'이 담긴 유물과도 같습니다.

 

간고등어 코치 책 페이지 위에 운동 자세와 팁에 대해 빼곡히 적은 손글씨 메모.
간고등어 코치 책 페이지 위에 운동 자세와 팁에 대해 빼곡히 적은 손글씨 메모.
간고등어 코치 책 페이지 위에 운동 자세와 팁에 대해 빼곡히 적은 손글씨 메모.
코치 출신 후임의 조언을 놓칠세라 깨알같이 적어둔 메모들. 지금 보니 거의 암호 해독 수준이네요. (웃음)
코치 출신 후임의 조언을 놓칠세라 깨알같이 적어둔 메모들. 지금 보니 거의 암호 해독 수준이네요. (웃음)

군 복무 시절, 헬스 코치 출신 후임의 노하우와 저의 열정이 만나 이 책은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우리만의 비밀 교본'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운동하다 막히면 이 책을 펼쳐 봅니다. 그러면 땀 냄새와 전우애가 깃든 그 시절의 뜨거운 열정이 고스란히 되살아나, '여기서 포기할 수 없지'라며 다시금 저를 일으켜 세웁니다.

2. 지친 몸을 채우는 작은 사치: 이온 음료

운동 후 마시는 포카리스웨트나 파워에이드 한 모금은 그 어떤 값비싼 음료보다 달콤합니다. 그런데 이 달콤함 속에는 사실 우리 몸을 위한 치밀한 과학이 숨어있습니다.

우리가 격렬하게 운동하며 땀을 흘릴 때, 몸에서는 단순히 수분()만 빠져나가는 것이 아닙니다. 근육의 움직임과 신경 신호 전달에 필수적인 전해질, 즉 **이온(ion)**들이 함께 배출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나트륨()과 칼륨()이죠.

  • 탈수와 근육 경련 방지: 이온 음료는 물보다 체내 흡수가 빠르고, 손실된 전해질을 신속하게 보충해 줍니다. 만약 전해질이 부족해지면, 근육에 경련(쥐)이 나기 쉽고 어지럼증을 느끼는 등 운동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게 됩니다.
  • 에너지 공급: 또한, 이온 음료에 포함된 적절한 양의 탄수화물(포도당)은 운동으로 고갈된 에너지를 빠르게 보충해 주어 지치지 않고 끝까지 운동을 마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결국 운동 후 마시는 이온 음료는 "오늘도 고생했다"는 감성적인 보상인 동시에, 과학적으로 검증된 가장 효율적인 **'셀프 메디케이션(Self-medication)'**인 셈입니다.

심장을 뛰게 하는 BGM: 나의 운동 플레이리스트

운동할 때 음악이 빠질 수 없습니다. 심장을 터트릴 듯한 비트는 나의 '봉인된' 힘을 끌어올려 주는 최고의 부스터죠. 저의 플레이리스트를 책임지는 두 아티스트를 소개합니다.

1. 온몸의 세포를 깨우는 에너지, 싸이(PSY)

한때 제 운동 루틴의 시작과 끝은 싸이의 '챔피언'이었습니다. "소리 지르는 네가!"라는 가사를 육성으로 외쳐야만 마지막 한 개를 더 들 수 있었죠. 그의 유쾌하고 폭발적인 에너지는 "쓰러져도 괜찮아 다시 일어나면 돼"라는 가사와 만나, 한계를 넘어서려는 제 자신에게 거는 주문과도 같았습니다.

싸이 - 챔피언 (흠뻑쇼 2019)

 

2. 아이러니, 그리고 다시 열정으로: YOASOBI(요아소비)

그런데 요즘, 제 플레이리스트를 점령한 의외의 아티스트가 있습니다. 바로 일본 그룹 **'YOASOBI(요아소비)'**입니다.

처음에는 그저 멜로디가 좋아서 한 노래에 꽂혔습니다. 질주하는 듯한 피아노 리프, 청량한 보컬. 운동할 때 들으면 딱이겠다 싶었죠. 그런데 우연히 가사를 찾아보고는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밝고 경쾌한 멜로디가 실은 '동반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니. 이 아이러니함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이 경험은 제게 중요한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밝음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내가 소비하는 콘텐츠에 대해 더 깊이 알아봐야 한다는 것. 우리 블로그의 방향성과는 맞지 않기에, 저는 그 노래를 플레이리스트에서 삭제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YOASOBI의 다른 노래들을 찾아 듣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운명처럼 새로운 '인생 운동 곡'을 만났습니다. 바로 **'群青 (군청)'**이라는 곡입니다.

YOASOBI「群青」Official Music Video

 

이 노래는 인기 만화 『블루 피리어드』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습니다. 미술에 문외한이던 주인공이 그림에 대한 열정에 눈을 뜨고, 재능 있는 경쟁자들 사이에서 불안과 좌절을 느끼면서도 자신만의 색을 찾아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죠.

"아아, 내 뜻대로 되지 않는대도, 다시 한번" "알고 있어, 노력해도 소용없다는 것쯤은, 하지만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느낀 그대로를 그릴 뿐, 선택한 이 길의 끝을 보고 싶어"

라는 가사는, 마치 헬스장 없는 동네에서 투박한 기구와 씨름하며 '정확한 자극'을 찾으려는 제 모습과 겹쳐 보였습니다. '재능'이 아닌 '열정'으로, '결과'가 아닌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노래와 저의 '산스장 생존기'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입니다.

결국 저의 운동 BGM은 '챔피언'의 뜨거운 격려를 지나, '군청'의 치열한 열정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신의 '산스장'은 어디에 있습니까?

헬스장이 멀어서, 돈이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 우리는 늘 운동하지 못하는 이유를 찾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장소가 아니라 '의지'이고, 최고의 장비가 아니라 '정확한 자세와 자극'이라는 것을 저는 매일 몸으로 깨닫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분명 '나만의 산스장'이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집 앞 공원일 수도, 회사 옥상일 수도, 혹은 방구석 요가 매트 위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시작하는 용기'입니다. 자, 이제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차례입니다. 당신의 '산스장'은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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