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의 '고백'처럼: 얼떨결에 받은 번호, 그 뒤의 밤샘 후회
누구나 한 번쯤 이런 경험 있으시죠? 혹시 말해야 할 중요한 순간, 고백처럼 용기가 필요한 순간에 입이 떨어지지 않아 후회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는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의 그 순간의 마음을 완벽하게 노래한 곡이 있어, 그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사실 이 글은 최근 일기 쓰기에 관한 블로그 포스팅을 준비하다가 츄의 '고백'이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노래에 깊이 이입되어 그 당시를 떠올리며 솔직하게 적어 내려간 이야기입니다.
말하지 못한 고백: 용기와 후회 사이의 갈등
1. 등 떠밀린 용기: 찰나의 '기회'와 내 안의 '심리적 장벽'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친구를 만나러 가던 길이었습니다. 지하철역 지하상가에서 친구를 기다리다, 시간이 남아 화장품 가게에 들러 향수와 화장품을 둘러보고, 보세 옷가게와 신발 가게를 기웃거렸죠. 가게를 나서자 갑자기 사람들이 엄청 붐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 순간, 저 멀리서 친구의 모습이 보였고, 친구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가고 있었는데, 맞은편에서 그녀의 눈에 띄는 긴 생머리와 원피스에 시선이 멈췄습니다. 제 옆을 휙 빠르게 지나갔지만, 왠지 모르게 잔상이 남았습니다.
그 순간, 옆에 있던 친구가 불쑥 "야, 밥내기 할래?" 하고 묻더군요. "뭐? 내기? 그래 내기 하자고! 가위바위보를 해서 지는 사람이 저 사람한테 말 거는 걸로!" 당시 돈 없는 대학생이었던 저는 공짜 밥이라는 말에 얼떨결에 그러자고 했습니다. 친구의 '밥내기' 제안과 왠지 모를 오기가 발동하면서 묘하게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결과는 제가 져버렸습니다. 약속대로 그녀에게 말을 걸러 가야 하는데, 발걸음이 천근만근 무거웠습니다. 그 모습을 본 친구가 갑자기 제 등을 '툭' 밀었습니다. 등 떠밀리다시피 저는 그녀에게 다가갔습니다.
차마 직접 나서지 못하는 제 내면에는 온갖 심리적 장벽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거절에 대한 두려움(Fear of Rejection), 혹시나 이상한 사람 취급당할까 봐 하는 **사회적 불안(Social Anxiety)**이 저를 짓눌렀죠. 완벽한 순간을 기다리다 결국 기회를 놓치는 완벽주의 성향이나 최적의 타이밍 강박도 한몫했습니다. '말해야 한다'는 생각과 '실제로 말을 걸지 못하는' 행동 사이의 불일치에서 오는 불편한 마음, 즉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를 순간적으로 겪는 것이었습니다.
어찌나 가슴이 쿵쾅쿵쾅거리고 등줄기에 식은땀이 났는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에라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아... 안녕하세요... 실은..." 하며 말끝을 흐렸습니다. 얼마간의 침묵이 흐른 뒤, 제가 말이 없어지자 그녀는 다시 가던 길을 가려는 듯 고개를 돌리고 있었습니다.
2. 얼떨결에 받은 번호: 찰나의 '초강수'와 밤샘 오매불망 후의 후회
저는 이 기회가 아니면 영영 그녀에게 말을 걸 수 없을 것 같다는 절박함에, 다시 한번 (큰소리로) "저기요!" 하고 불렀습니다. "초면에 실례지만 괜찮으시면 제가 이번 기회가 아니면 그쪽을 볼 일이 없어서 진짜 용기 내서 왔는데 연락처 좀 주실 수 있으세요?" 에라 모르겠다는 식으로 일단 질러 버렸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피식 웃으며 나지막히 "아, 물론이죠! ^^" 떨리는 손으로 스마트폰을 건네고 얼떨결에 전화번호를 받게 되었죠. '이게 꿈인가?' 믿기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닐지 모르는 경험이지만, 그 순간의 '나'로서는 스스로에게 용기를 내어 시도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만약 그때 그런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면, 아마 이 글을 쓰지도 못했겠죠. 복잡한 인지 부조화 속에서도 묘한 희열을 느꼈습니다.
난생처음 겪는 경험에 저는 너무나 아무 생각 없이 일단 감사합니다 하고 90도로 인사를 한 뒤 왔던 길로 쌩하고 돌아섰던 것 같습니다. 친구 말로는 제가 너무 대단하다며 그걸 진짜로 했냐면서 오히려 저를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고 합니다. 나중에 친구는 제가 몰랐는데 등이 다 젖었었다면서 낄낄대더군요. 웃긴 것은 본인은 못했으면서 말이죠.
연락처를 받고 돌아온 그 밤, 저는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스마트폰을 손에 쥔 채 밤새도록 카톡을 붙잡고 연락이 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렸습니다. 자정 무렵, 드디어 용기를 내 첫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 낮에 말 걸었던 자유롭고싶은영혼입니다 ^^. 저는 대학생이에요." 그리고 답장을 기다리기 위해 휴대폰을 보았지만, 채팅창 오른쪽의 '1'은 끝내 사라지지 않았죠. 😥 1분 1초가 한 시간 같았고, 알 수 없는 설렘과 불안감이 뒤섞였습니다. '혹시 지금쯤 답장이 오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에 화면을 켜고 끄기를 반복했습니다.
하지만 밤이 깊어지고,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답장은 없었습니다. 결국 그날의 연락은 두절되었고, 그렇게 저의 짝사랑은 흐지부지 끝이 났습니다. 에라이! 🤣
이 경험은 저에게 몇 가지를 가르쳐주었습니다. 용기를 냈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상대방의 반응 또한 존중해야 한다는 것. 내가 가진 기대와 현실의 차이에서 오는 아쉬움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 전 과정에서 느낀 모든 감정들이 저에게는 값진 경험으로 남았습니다.
3. '고백'하지 못한 채 돌아서는 우리: 용기를 향한 노래
그날의 아쉬움은 오랫동안 제 마음에 남았습니다. '말해야 하는데 네 앞에 서면 아무 말 못 하는 내가 미워져' '우리 사이가 어색할까 두려워 아무런 말 하지 못한 채 돌아서면 눈물만 흘렸어' 라는 츄의 노래 가사처럼, 저는 결국 완전한 '고백'을 하지 못하고 돌아섰던 것이죠.
하지만 이 경험은 저에게 '용기를 내야 해 후회하지 않게' 라는 메시지를 다시금 새기게 했습니다. 실패하더라도 시도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성장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결국 인생은 시도하고, 느끼고, 배우는 과정의 연속이니까요. 이 모든 과정에서 제가 얻은 배움과 성장은 그 어떤 아쉬움보다 값진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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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들으면 좋은 노래]
이 노래, 강력 추천드립니다! 지금 바로 클릭 👇
[(이달의소녀)츄 - 고백(Lyrics)---원곡이 더 좋아서 바꿨어요;]
[MV] Park Hye Kyung(박혜경)_Confession(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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